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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폭군' 수양제... 어라? 누구 이름이 떠오르네?(오마이뉴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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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551
내용

민중의 역사,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거의 최고 통치자, 즉 1인자에 따라 천하가 좌지우지 되곤 했다. 

 

그건 민주주의가 확립된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만큼 그 사람들의 사상과 행위가 중요하다. '최고'와 '최악' 나뉘기 마련이다. 최고의 사상과 행위는 본받고, 최악의 사상과 행위는 다시 행해지지 말아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악은 항시 반복되는 것 같다.

 

중국 역사상 '최악의 1인자'는 누구일까? 수도 없이 많겠지만, 주로 왕조의 마지막을 함께한 이들일 것이다. 예를 들면 하나라 걸왕, 주나라 주왕, 당나라 애제, 청나라 푸이 등이 있다. 물론 오롯이 이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이전부터 이미 멸망으로의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능가하는 인물들도 있다. 그 자신의 잘못으로 나라를 멸망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대표적으로 진나라 시황제, 수나라 양제가 있다. 진나라는 시황제가 1대 황제로 있었고 이후 3대에서 망한다. 수나라도 역시 3대에서 망하는데, 양제는 2대 황제였다. 이 두 나라가 멸망하는 데에는 이 두 황제가 지극히 큰 역할을 했다. 이중에서도 특히 수양제는 아주 구체적인 일들을 통해 멸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전쟁과 대운하에 미친 중국 최악의 폭군

 

일본의 저명한 학자였던 미야자키 이치사다는 바로 이 수양제를 다룬 책 <수양제>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에 초판본이 나온 지 50년 만에 재출간됐다. 이 책의 부제는 '전쟁과 대운하에 미친 중국 최악의 폭군'인데, 사실 이 한 문장에서 학생 때 배웠던 수양제에 대한 거의 모든 걸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그는 전쟁(수·고구려 전쟁)과 대운하(그리고 만리장성)에 미쳐 천하와 백성들을 돌보지 않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을 뿐만 아니라 수나라의 명을 극도로 짧게 만든 인물이다.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그 시대가 그로 하여금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을까?

 

"주의해야 할 것은 수양제가 근본부터 악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아주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가지 약점을 지닌 인간이었다. 그를 둘러싼 시대 환경은 사회 자체에 아무런 이상도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각자 다투면서 권력을 숭배하고 추구하며 남용하는 세상이었다."(본문 중에서)

 

저자의 시각이다. 역사상 최악의 인물이라도, 모든 걸 개인에게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시작하면서 남북조 시대의 천자들을 하나하나 읊어준다. 알고 보니 하나같이 음란하고 포악하고 난폭한 천자들로 수양제 못지 않다. 100여 년간 계속된 남북조 시대에는 수양제 같은 천자가 예사로 존재했고, 역설적이게도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군 중 하나로 칭송되는 수문제가 이를 통일했으며, 반대로 그의 아들이자 최악의 폭군인 수양제로 인해 망하게 되는 것이다.

 

수양제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일까

 

그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위에서 말한 전쟁, 대운하, 만리장성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수양제는 수문제의 둘째 아들이었기에, 애초에 천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황태자 폐위 음모를 꾸며 결국 형을 태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자신이 황태자가 된 뒤, 부친이 죽자 마침내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싹수가 노랗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인류 역사상 이런 일을 벌였던 천자들이 수도 없이 많기에 큰 오점이라고 할 순 없겠다.

 

천자의 자리에 오른 후 수양제는 곧바로 운하의 개수에 착수한다. 아버지 수문제 때 축적된 막대한 재정으로 모든 면에서 펼친 적극적인 정책의 일환이었다. 뚫는 것보다 개통하고 나서가 문제였다. 대형 시연 행사를 열었는데, 배를 젓는 일에만 군인 8만여 명이, 그 가운데 장교들만 9000여 명이 동원됐다고 한다.

 

이 배들의 행렬 길이는 90km에 다다랐다. 가는 곳마다 지방관들은 그 많은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해야 했다. 이 행사에서 죽도록 고생하는 이들은 주로 하급 군인들이었다. 하지만 더욱더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일반 백성이었다. 문제는 이런 행사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운하 건설은 계속 이어진다. 전체 길이가 1500km나 된다. 전국이 통일된 이상 누군가는 했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거기엔 막대한 희생이 뒤따른다. 그야말로 수백 만에 이르는 백성들이 징발됐다. 남자로도 부족해 여자까지 징발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남북조 시대의 내부 대립으로 외부 침략에 대한 대비가 미약해졌다. 이에 수양제는 만리 장성 보수·개축을 실시한다. 100만 명 이상의 노동력을 사용했다. 이 또한 이후의 행렬이 어마어마했다. 사치의 끝을 보여줬다. 백성들은 물자를 징발 당하거나 운반에 동원되는 등 수많은 고통을 당했는데, 수양제와 조정 대신들은 백성의 고통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행동했다고 한다. 어떤 외국 상인은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나는 중국을 여행하면서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가난한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그들은 입을 옷이 없는지 거의 반나체 상태였습니다. 이런 식의 장식은 아무 쓸모도 없습니다. 차라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옷으로 만들어 입히는 편이 좋다고 생각됩니다만…."(본문 중에서)

 

수양제 폭정의 대망을 장식하는 건 수·고구려 전쟁이다. 사실 선대 수문제 때 한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고구려 영토에는 내딛지도 못하고 모두 철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후 수양제는 대운하가 개통되자마자 남쪽의 군사들을 집결시켜 고구려 침공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첫 번째 침공은 그 유명한 을지문덕 장군에게 최악의 패배를 당한다. 우리에겐 살수대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30만 명이 넘는 인원에서 3000명도 살아남지 못했으니, 1/100도 살아 오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최악의 패배를 당했음에도, 수양제는 이듬해 재차 침공을 실시한다. 수양제도 수양제이지만 그 이상으로 치적을 뽐내려 한 상급 장교들도 문제였다. 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한 번 전쟁을 일으켜 지난번의 치욕을 갚고자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크게 일어난 반란 때문에 철수해야 했다.

 

이 평범하기 그지 없는 수양제는 아주 인간적이게도(?)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3차 침입을 시행한다. 이때 이미 곳곳에서 반란 및 봉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여유가 없었지만 고구려도 약화됐기에 계속해서 맞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마침내 고구려는 항복을 청한다. 하지만 고구려 왕도 수양제도 입조하지 않는 지극히 형식적인 항복식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백성들만 고통 받는 전쟁이 아닌가.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그 이름​

 

수양제는 결국 아랫사람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얼마 후 수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아무리 당시의 환경이 만든 괴물이라고 하지만, 모든 걸 환경 탓이라고 하기에는 그가 저지른 행각이 너무 커 보인다. 혼란한 시대에 오히려 걸출한 인물이 나온다는 말도 있는데 말이다.

 

"수양제는 남북조 시대의 혼란스러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낡고 고루한 천자였다. 그는 낡은 방식으로 권력을 잡고, 낡은 방식으로 그 권력을 쥐고 흔들었으며, 마지막에는 낡은 방식으로 살해당했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역사는 끊임없는 노력에 따라 새로움을 쌓아나가는 것이라고, 노력을 게을리하면 역행하는 일조차 생긴다고 말한다. 보수도 새로움을 쌓아나갈 수 있고, 진보도 역행 할 수 있다. 그건 이념과 상관없는, 한 시대가 마땅히 행해야 할 바가 아니겠는가. 지금 시대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그 이름, 수양제.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기에 그 미래가 보여 안타깝다.

 

최종 업데이트 15.02.08 19:32l김형욱(singenv)

 

기사 전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8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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