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비의 책         계간 역사비평

역사비평 통권 149호 / 2024년 겨울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101




시대의 모순과 맞서 싸운 조선공산당,
역사적 의미를 조망하고 그 영향을 평가하다
시대의 모순은 늘 존재해왔다. 한 세기 전에는 모순의 한가운데 제국주의와 파시즘이 있었다. 이 모순을 해결하고자 많은 사람이 분투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공산주의는 20세기를 풍미하였지만 동구 사회주의권 국가의 몰락 이후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유럽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공산주의와 관련된 것들은 과거에서 지워야 할 탈역사적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1920~30년대 민족해방운동과 반파시즘 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공산당 활동과 그 사상적 배경이었던 공산주의를 역사에서 지우거나 무의미한 현상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20~30년대 공산주의의 역사적 의미를 조망하고 오늘날에 미친 영향을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이에 20세기 전반기 공산주의의 전유, 변화, 기억과 기념 등 그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보는 특집 <공산당과 공산주의 운동의 어제와 오늘: 새로운 평가를 위하여>를 마련하였다.
특집은 총 4편의 논문으로 구성하였다. 먼저 노경덕은 1928년 코민테른 제6차 대회의 제3기 노선 선정부터 1935년 제7차 대회의 인민전선 채택까지의 역사를 다시 탐구하고, 여기서 스탈린이 수행한 역할을 재조명했다. 문종현은 프랑스의 식민지 알제리에서 공산당이 건설되는 과정과 창당 이후의 활동을 살펴보았다. 권은혜는 1920~30년대 블랙벨트 강령의 흥망성쇠 속에서 흑인 공산주의자들이 흑인해방의 정신을 미국과 세계의 흑인 대중에게 전파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끝으로 이동기는 20세기 전반기 독일의 가장 대표적인 공산주의자였던 에른스트 탤만에 대한 기념과 기억의 역사를 통해 공산주의 운동과 인물에 대한 ‘비판적 역사화’의 방향을 모색했다. 

공공역사의 다양한 시선들
―‘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의 도전
1923역사관은 1923년 간토대학살을 주제로 한 민간 역사관으로, 이미 이전 공공역사 기획에서 전시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다. 이번 호에서 김강산은 상설 전시의 내용을 포함하면서도 민간 역사관으로서 1923역사관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1923역사관은 간토대학살 사건에 대한 전시와 더불어 한국에서의 시민운동과 그 과정에서 생산된 문제의식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즉, 간토대학살 사건과 시민운동의 역사를 포괄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에 더해 일본 국가와 민중이 저질렀던 폭력의 ‘잔혹성’을 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간토대학살을 현재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1923역사관은 시민사회에서의 운동이 역사관 건립으로 귀결된 성과이지만, 공공박물관이나 등록박물관에 비해 재원과 인력이 취약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박물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등록이 필요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운영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등록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23역사관은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간토대학살 사건을 다루는 국내 유일의 박물관으로서 차별과 혐오, 그리고 폭력의 역사를 오롯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비논단
―한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드는 다양한 관점과 논점들
역비논단에는 5편의 논문이 실렸다. 최종석은 고려 인종 대에 금(金)을 사대할지를 놓고서 고려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이 갈등이 소국으로서 동아시아의 최강국이자 인접 국가를 사대해야 하는 당대의 상식·관행 대(對) 전도된 사대에 대한 고려 사회 전반의 거부감 간의 충돌이었음을 강조했다. 손성욱은 1871년 신미양요 시기 독일 상선 추산(Chusan)호가 백령도 일대를 의미하는 ‘제임스 홀 군도’에서 난파되고, 이를 ‘구조’하러 간 서구인이 조선에 ‘억류’당하는 사건을 분석하여, 그 속에 전통적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서양에서 도래한 근대적 질서가 다층적으로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강진아는 부산에 설치된 일본의 전관거류지에 1883년 개업했다가 일본 영사의 폐점 명령으로 외교적 분쟁을 야기한 화교 상점 덕흥호(德興號)의 족적을 재구성하여, 다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구한말 화상의 대중국 교역에 나타난 변화상을 밝혔다. 박효진은 1980년대 중반 매립지 폐쇄가 논의되던 시기에 난지도 주민들의 주거권 요구와 조립식 주택 건설 과정을 다루면서, 특히 주민들이 주거권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원인 및 1980년대 폐기물 관리 정책 변화 속에서 이들의 주거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분석했다. 김일년은 20세기 후반 미국 공화당이 남부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자 인종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이른바 ‘남부 전략’에 주목하여, 남부 전략에 따른 포퓰리즘과 인종주의의 편의주의적 결합을 통해 오늘날 남부 백인의 정당 공화당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책머리에] · 트럼프의 재림 / 오제연


[특집] 공산당과 공산주의 운동의 어제와 오늘: 새로운 평가를 위하여

· 스탈린과 코민테른 제7차 대회의 기원 / 노경덕

· 알제리 공산당―원주민과 정착민 사이에서 / 문종현

· 1920~30년대 미국 흑인 공산주의자들의 초국적 흑인자유투쟁 / 권은혜

· ‘영웅’과 ‘악당’을 넘어―베를린의 에른스트 탤만 동상 논쟁 / 이동기


[연재기획] 공공역사의 다양한 시선들 ③

· 민간 역사관 운영에 관한 소고―‘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사례를 중심으로 / 김강산


[역비논단]

         · 거꾸로 금을 사대하는 현실에 직면하여―고려 인종 대 대금사대 논란의 배경과 경위 / 최종석

· 요동치는 황해상 서양인―1871년 ‘제임스 홀 군도’에서의 추산호 난파 사건 / 손성욱

· 인천 덕흥호 서신 속 조선 광동 화상의 교역 네트워크 / 강진아

· 쓰레기 속의 삶과 노동―폐기물 관리의 변화와 난지도 매립지 주민들의 주거권 / 박효진

· 미국 공화당은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리처드 닉슨과 남부 전략의 운명 / 김일년


[서평] · 기후라는 렌즈로 비추어본 한국인 오딧세이(박정재, 『한국인의 기원』, 바다출판사, 2024) / 강인욱

· 식민지 지배 비판을 위한 해석학(서호철, 『조선총독부의 조사와 통계』, 동북아역사재단, 2024) / 남기현

· 고장난명(孤掌難鳴)―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계획(김재웅, 『예고된 쿠데타, 8월 종파사건』, 푸른역사, 2024) / 박영실

· 동아시아 에너지 체제의 역사적 검토(빅터 샤우, 이종식 옮김, 『탄소 기술관료주의―동아시아 탄소 중독의 기원과 종말을 찾아서』, 빨간소금, 2024) / 최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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