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비의 책         계간 역사비평

역사비평 통권 146호 / 2024 봄

작성자 : 관리자
조회수 : 806




시민과 인간의 경계에서
―전환기 이론적 실천으로서 인권사의 모색

특집 “시민과 인간의 경계에서─전환기 이론적 실천으로서 인권사의 모색”은 인권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촉구하는 동시에, 어떤 시공간에서 누구에 의해 발화되는가에 따라, 즉 역사적 컨텍스트와 주체의 위치에 따라 매우 다른 의미와 효과가 발생될 수 있음을 드러내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인권사─역사 없는 자들의 역사」에서 전진성은 ‘근대적·합리적 주체로서의 개인의 권리’라는 인권 개념이나 인도주의에 종속된 시혜적 차원의 인권 개념 모두를 비판하면서 한나 아렌트에 기대어 단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가질 권리”로 인권을 재개념화했다. 시민의 권리 자체를 누릴 수 없는 자들, 배제된 자들의 권리를 상상할 수 있게 하고 실체화하는 개념으로서 인권을 다시 해석한다면,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서 인권의 역사를 다룰 것이 아니라 인권적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하려는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 전진성의 주장이다. 특별히 이번 특집은 ‘민권’과 ‘인권’이라는 서로 유사한 듯하지만 다른 의미를 갖는 개념의 역사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분석을 시도했다. 「미국 민권운동의 산실 하이랜더 포크스쿨」에서 김진희는 미국 남부 지역 노동운동과 민권운동의 관계, 그리고 노동운동과 인종차별주의에 맞선 투쟁의 관계를 재해석했다. 「해방 이후 민권과 인권의 정치적 상상력」에서 황병주는 민권과 인권 개념의 변화와 그 역사적 맥락을 되짚었다. 「종전/해방 직후 남조선과 반(反)파쇼 민주주의, 그리고 인민」에서 임종명은 해방 직후 다양한 집합 주체의 경합 속에서 좌익 엘리트들이 ‘인민’을 어떻게 개념화했는가를 거슬러 읽는 작업을 했다. 「추방당한 두 성직자의 초국적 인권 연대 이야기」에서 이상록은 오글 목사와 시노트 신부의 사례를 통해 ‘인권’을 시민권뿐만 아니라 생명권까지 박탈당하게 된 냉전반공주의의 피해자들과 국민국가의 경계 밖으로 추방당한 외국인 성직자들 사이의 초국적 연대의 언어로 해석했다.

20세기 동아시아 농어업과 사회-생태 물질대사
―명태와 오리, 옥쌀과 토끼고기의 새로운 역사

‘근대 이후’에 대한 고민 속에서 그동안 ‘근대’가 비가시화하고 평가절하한 동아시아의 농어업과 먹거리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려 한다. 먼저 진킴은 ‘수륙역사’라는 관점하에서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함경도 ‘명태’ 어업을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다양한 지식 제도의 도입과 중복으로 해양에서 노동력 통제가 확장되고 해양에서도 영토화가 추진된 과정을 설명하고, 어민들의 노동과 체화된 지식이 육지와 해양을 연결시키는 변화를 가능케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은성은 1970년대 북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당시 식량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강조한 ‘옥쌀’의 주식화 및 ‘토끼고기’ 섭취 문제를 살펴보았다. 이는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는 순환의 사이클을 돌리려 한 것이었지만, 이러한 물질대사에는 생태적인 면도 있었다. 김태호는 1980년대 이후 한국 도시 가정의 단백질 소비 증가에 주목하면서 ‘오리고기’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사회가 오리라는 새로운 식재료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과거의 제한적인 오리 소비의 흔적과 결합시켜 ‘만들어진 전통’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재구성함으로써, 현대 한국 사회의 농업 경제와 단백질 순환의 단면을 그려내고자 했다.

권리 없는 자들의 저항과 시민 되기
―이주노동자들이 겪은 차별과 배제, 그리고 대응과 저항

이용일은 1960~70년대 한국을 떠나 독일에 가서 일했던 한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체류권’을 중심으로 한 갈등, 저항, 투쟁, 연대를 다루었다. 계약연장 불가로 귀국을 강요받았던 한국인 간호여성들과 광부들은 체류권 투쟁을 통해 노동자에서 이주민으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독일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채 이방인으로 남게 되었다. 신동경은 주로 1948년에서 1971년 사이 카리브해 국가들에서 영국으로 대거 이주한 일명 ‘윈드러쉬 세대’와 이들이 영국으로 처음으로 이주한 뒤 70년이 지난 시점에서 영국 정부가 이들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여 강제추방한 ‘윈드러쉬 스캔들’을 다루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제국사의 맥락에서 탈식민 전후에 영국이 식민지 노동이민자를 관리하고 기억하는 방법을 조명하였다.

홍범도와 여운형, 한국 근현대사의 거인들
―논쟁적 인물의 탐구를 통한 역사 읽기

『역사비평』은 이번 호에 특집 및 기획과는 별개로 특별기고 논문 2편을 함께 실었다. 2편의 논문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하면서도 논쟁적인 인물인 홍범도와 여운형을 각각 다루었다. 우선 반병률은 최근 홍범도와 관련한 논란에서 실증, 해석, 평가에 오류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른바 ‘정설’에 대해 실증적이고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특히 자유시 참변의 실상과 홍범도의 책임론, 그리고 홍범도의 소련공산당 입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견해가 주목된다. 김경일은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족주의 등 다양한 사조의 요소와 이념의 편린으로 구성된 여운형의 사상 중에서 그동안 충분히 음미되지 못한 마르크스주의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그의 사상, 이념에 미친 영향과 아울러 이 이념에 대한 여운형의 해석과 비판, 현실 적용을 분석했다. 그리고 ‘여운형주의’라고 불릴 만한 그의 사상의 중심에는 민중이 있으며, 그것이 민주 및 민족과 동일한 사물의 각기 다른 측면으로서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의 봄>에는 ‘서울의 봄’이 없다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을 둘러싼 몇 가지 생각

김재원은 최근 크게 흥행한 영화 <서울의 봄>이 지극히 상업적, 대중적, 보수적 영화임에도, 한국 사회의 이념 간 이분법적 구분 속에서 민주화의 맥락이 거세되고 보수적 지향점을 가진 영화에 환호하는 소위 진보 진영의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무엇보다 영화 제목과는 달리 정작 이 영화 속에 진짜 ‘서울의 봄’이 등장하지 않음으로써 ‘서울의 봄’이라는 역사가 마치 실패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읽힐 가능성을 경계한다. 공공역사라는 관점에서, 특히 최근 보수 진영의 든든한 후원 속에서 흥행하고 있는 영화 <건국전쟁>을 생각했을 때 역사를 다루는 문화 콘텐츠는 『역사비평』이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천착할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책머리에 · 극단의 시대와 인권 / 오제연

[특집] 시민과 인간의 경계에서―전환기 이론적 실천으로서 인권사의 모색
· 인권사―역사 없는 자들의 역사 / 전진성
· 미국 민권운동의 산실 하이랜더 포크스쿨―1930~40년대를 중심으로 / 김진희
· 해방 이후 민권과 인권의 정치적 상상력 / 황병주
· 종전/해방 직후 남조선과 반(反)파쇼 민주주의, 그리고 인민 / 임종명
· 추방당한 두 성직자의 초국적 인권 연대 이야기
  ―‘인혁당 재건위 사건’ 구속자 구명운동을 중심으로 / 이상록


[기획 1] 20세기 동아시아 농어업과 사회-생태 물질대사 ③
· 육지와 해양의 관계 중재하기―함경도 명태어업 노동과 해양 영토화 / 진킴
· 옥쌀과 토끼―1970년대 북한의 ‘먹는 문제’와 국가의 식생활 개입 / 조은성
· “날개 달린 작은 소”,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다―현대 한국의 오리고기 산업화 / 김태호

[기획 2] 권리 없는 자들의 저항과 시민 되기
· 저항과 순응 사이의 이방인―서독 사회 한국인 이주노동자들의 파업과 체류권 투쟁(1963~1980) / 이용일
· 영국 ‘윈드러쉬 세대’와 그 ‘스캔들’―제국의 시민에서 불법 이민자가 된 노동자들 / 신동경

특별기고

· 홍범도를 위한 실증적 변명 / 반병률
· 여운형의 사상 노선과 마르크스주의 / 김경일


역비논단 

· 동아시아 이행기 정의의 관점에서 본 일본 산업유산과 강제동원 문제 / 김민철
· 북한군 초대 총참모장 강건의 삶과 활동 / 김선호
· 1983년 중국민항기 납치사건과 납치범 석방을 둘러싼 한국-대만 협상 / 고현래

문화비평 

· 퇴행한 이분법으로 쌓은 천만 관객―‘상식’적인 반공·오락영화, <서울의 봄>을 향한 덧없는 환호 / 김재원
입장 

· 『역사비평』 편집위원회의 「『모후의 반역』에 대한 오수창 교수와 계승범 교수의 논쟁을 바라보며」에 대한 반박 / 오수창

서평 

· 거시사와 미시사, 지방사와 지역사를 잇는 다릿돌 / 허영란
  ―박찬승, 『혼돈의 지역사회―식민·분단·전쟁기 전남 지역의 사회사』, 한양대학교출판부, 2023.
·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라는 ‘공간’ 연구의 새로움과 어려움 / 김도민
  ―한모니까, 『DMZ의 역사―한반도 정전체제와 비무장지대』, 돌베개, 2023.
· ‘전략적 모호성’을 토대로 한 한국 공공역사 논의의 첫걸음 / 이정선
  ―이하나 외, 『공공역사를 실천 중입니다』, 푸른역사, 2023.
· 북일 교섭 소생을 위한 처방전 / 남기정
  ―와다 하루키, 『북일 교섭 30년』, 서해문집,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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