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비의 책         한국학연구총서

갑신정변 연구(한국학총서 27) - 박은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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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05년 10월 30일
쪽수 : 615쪽 ㅣ 판형 : A5 ㅣ가격 : 33,000원
ISBN : 8976961285

근대 변혁운동의 선구적 시발점
갑신정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


갑신정변은 당대는 물론 현재까지도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1884년 당시에는 ‘만고(萬古)에 없었던 변란’으로 취급되었고, 이후에는 근대 이행기의 변혁을 논할 때마다 부르주아혁명, 정권 쟁탈전, 궁정 쿠데타 등등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주목받아왔다. 그것은 갑신정변이 근대로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근대 변혁운동의 선구적 시발점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며, 갑신정변을 통해 근대 변혁운동의 내용과 방향, 그 성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신정변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무성했던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연구는 그 사상과 개혁안・성격 규정 등 몇 가지 한정된 주제에 집중되어 있었고, 부분적인 연구를 토대로 갑신정변 전체를 평가하고 그 성격을 도출해내는 양상이었다. 무엇보다 정변의 목적과 지향・사상을 파악할 수 있는 정령 14개조에 대한 분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보다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방법으로 갑신정변에 총체적으로 접근해간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갑신정변을 주도한 개화파들의 개혁방안을 담고 있는 정령 14개조안을 총체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김옥균의 갑신일록(甲申日錄), 윤치호일기(尹致昊日記) 등 정변 관련자들의 회고록과 각종 저술들을 비교 분석하며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특히 정변 관련자들의 심문내용과 판결을 기록한 추안급국안(推案及鞫案)을 상세히 분석하였는데, 정변 관련자들의 직접적인 진술과 각종 기록을 통해 정변 주도세력 이외에 행동대원으로 가담했던 ‘참여층’의 역할을 밝혀내고, 그들의 개화사상과 정변에 대한 입장 등을 밀도 있게 다루었다. 그밖에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일성록(日省錄), 고종실록(高宗實錄) 등의 기록과 구한국외교문서(舊韓國外交文書)를 비롯한 청・일・미・영 관련 외교문서 등을 함께 비교하며, 갑신정변을 둘러싸고 전개된 각 사회세력의 태도와 입장, 세대간 갈등과 시각차 등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조선의 근대적 개혁구상과
민중의 참여와 역할


■ 민중계급을 대변했던 ‘참여층’의 역할을 재조명하다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주로 개화사상을 지배계층 내 개화파만의 사상체계로 이해해왔다. 필자는 이런 고착화된 인식이 재야 유생층과 민중에게 나타나고 있었던 개화에 대한 입장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갑신정변을 ‘위로부터의’ 변혁이라고 보는 관점은 주도층 못지않게 사회변혁에 관심이 높았던 참여층의 정변에서의 역할과 비중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그들의 참여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사상시켜버렸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개화파가 당시 개화사상을 받아들인 참여층의 자발적 동참과 협조를 이끌어내 그들의 헌신적인 지원 아래 정변을 추진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즉, 위로부터의 근대화운동인 갑신정변에 ‘아래로부터의’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했던 참여층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 상놈 신분이었던 참여층은 상당수가 개화사상을 수용하고 조선의 개화・독립을 절실한 과제로 인식했으며, 이에 자원하여 정변에 적극 협조했다. 그들은 갑신정변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고자 했으며, 그들의 요구는 정령에도 부분적으로 반영되었다.

■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요구는 갑신정변에 어떻게 반영되었나?
또 한편 이 책에서는 근대화와 외세에 대한 민중의 인식과 현실적 입장, 그것이 갑신정변으로 연결되는 맥락에 주목한다. 당시 ‘위로부터의’ 방략을 구사한 갑신정변은 민중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갑신정변은 ‘아래로부터의’ 방안과는 대립적이며 민중의 요구・지향과는 상반된 것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필자는 갑신정변의 근대화 노선이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요구와 대립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필자는 당시 갑신정변에 대한 민중의 적대적인 행위들이 개혁의 내용과 노선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갑신정변이 담고 있는 상징성, 곧 근대화(개화)와 외세(일본)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구분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민중의 세계체제・외세에 대한 입장과 근대화에 대한 인식, 현실적 입장 등을 구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으며, 정령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 갑신정변의 개혁 내용에 민중의 요구와 지향이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제1부에서는 갑신정변의 배경적 측면으로서 정변을 주도한 개화파의 사상적 토대와 정치 현실의 변화, 당시 정계에서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위상과 역할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갑신정변을 정치적 위기에 몰린 개화파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으킨 사건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당시 고종의 신임을 받으면서 고위직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개화파의 정치적 입지를 절대적 위기로 보는 경향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치적 위기감은 식민지적 외압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개화당뿐만이 아니라 민씨 척족과 그 일파, 그리고 고종도 당시의 정치적 위기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제2부에서는 정변의 결정과 진행, 참여층 포섭과 무력의 확보 문제 등을 다루었다. 갑신정변 결정의 시기를 주도층의 외유(外遊) 경험과 대외정세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서 검토하고, 정변 결정 후 진행된 참여층의 포섭과 준비과정 등을 살펴본다. 또한 정권 장악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동원한 무력의 규모와 무기의 질적 수준, 좌・우영군에 대한 청의 회유공작 등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갑신정변의 주도세력 못지않게 사회변혁에 관심이 높았던 ‘참여층’의 근대화와 정변에 대한 이해와 현실적 입장, 그들의 계급적 기반과 신분・직업 등을 살펴보았다. 또한 참여층의 요구와 희망이 어떤 형태로 정령에 반영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제4부에서는 정령 14개조항이 대두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에 대한 개화당의 현실적 입장과 지향, 이후 개혁론과의 연결성을 고려하면서 각 조항을 분석・검토하고 있다. 또한 개별 조항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정령 전체를 조망함으로써 전통과 근대에 대한 개화파의 입장과 사상적 맥락, 시대적 과제와 정령의 성격 등을 규명하고 있다.
제5부에서는 적대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변을 타도하려 했던 민중의 갑신정변에 대한 이해와 현실적 입장, 그리고 개항 이후 추진된 개화정책과 외세에 대한 민중의 입장, 그것이 갑신정변 당시 적대적인 행위로 연결된 맥락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제6부에서는 갑신정변의 반동과 역효과가 조선의 근대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하고, 정변 관련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처벌, 정변 이후 들어선 친청(親淸) 정권의 수립과 한성조약(漢城條約)의 체결과 영향, 근대화와 외세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을 고찰하였다.
제7부에서는 갑신정변의 성격과 역사적 위상을 검토한다. 갑신정변이 새로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대한 대응 방식의 하나로 나타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사회체제와 근대적 제도・문물을 어떤 방식으로 접합하여 수용하려 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갑신정변을 둘러싸고 논의되고 있는 부르주아적 성격 문제, 반봉건의 과제와 국민국가론, 반외세와 민족주의 등의 문제를 살펴보고, 갑신정변의 역사적 의의와 그 위상을 정리하였다.

■ 박은숙 朴銀淑
전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근대 이후 민중의 존재 양태와 변화상, 근대화와 외세에 대한 입장과 태도, 민중의 저항운동 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서울 도시 하층민의 신분과 직업구조의 변화, 반봉건ㆍ반외세 저항운동 및 독립운동ㆍ노동운동 등을 연구하고 있다. 주로 1876년 개항 이후부터 해방 직후까지 상놈(常漢)의 신분으로 역사의 뒤안길에 놓여 있던 민중들이 시민사회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첨부파일
갑신정변연구(그림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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