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 12,000원 ㅣ 286페이지
신국판 | ISBN : 8976964047
초판발행 : 1995년 6월

그렇다면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가? 그런데 이 물음은 다음과 같이 바꿔질 수 있다. 곧 이데올로기적 담화가 과학, 법률, 철학, 종교 담화 등과 똑같은 방식으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적 담화는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스스로의 기본적인 속성을 감추고 다른 것인 척하며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데올로기에 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곧 이데올로기는 외관상 합리적인 방식으로 암암리에 권력을 정당화하는 사고라고 정의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의는 이데올로기를 아주 제한적인 범위로 축소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데올로기라면 이데올로기는 더이상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이다. 반면에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런 제한적인 정의는 학술 담화뿐만 아니라 법률, 도덕, 철학, 심지어는 종교 담화까지도 이데올로기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이런 제한적인 정의는 역으로 앞의 담화들이 은밀하게 권력을 정당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요소를 지니게 될 경우 이데올로기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