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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역사 새로 쓰기(크리스토프 클레스만)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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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역사 새로 쓰기
독일 현대사에서 배운다

크리스토프 클레스만 / 최승완 옮김 / 204쪽 / 12,000원 / 국판 양장본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이어, 이듬해 10월 동․서독 통일을 이룬 독일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 사는 한반도 주민들에게 “분단 극복”과 “통일 완성”의 반면교사로서 흔히 비교되는 대상이다.
우리의 ‘햇볕정책’이 시사받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통일의 과정, 화폐통합으로 시작된 경제적 통합의 문제, 분단 40여 년의 세월 동안 타국 이상으로 벌어졌던 동․서독 주민들의 의식과 생활수준의 격차에서 오는 괴리 등의 문제들이 우리가 들은 흔한 비교와 교훈들이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점의 하나로 당면한 “공통의 역사 쓰기”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통일 후 독일 학계에서는 “공통의 역사서술”을 둘러싸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던바, 그 주안점은 통일 이전 동독 연구 경향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와 함께 동독사를 어떻게 재조명할 것인지, 그리고 통일 후 독일 현대사는 어떻게 쓰여져야 하는가였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에서 쓰여진 것으로 “통일 이후 역사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과 포츠담 대학 역사학부 교수로 재직하였고, 독일 현대사 연구의 중심지인 ‘포츠담 현대사연구센터’ 소장으로서 통일 후 현대사 연구를 이끌었던 대표적 現代史家인 클레스만 교수는 이 역사서술 논쟁에 적극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일찍이 나치시대부터 독일 전후사에 이르는 현대사의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활동을 펼쳤고, 정치사에 사회사적․문화사적 시각을 결합함으로써 현대사 연구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또한 그는 통일 전부터 동독사 연구를 적극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 후 동독사 연구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하여 저자는 이 책에서 1989년 이후 1997년에 이르는 독일의 현대사 연구경향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먼저 그는 1989년 가을의 정치적 대변혁이 독일 현대사 연구와 서술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사회주의권 붕괴와 분단종식이라는 역사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역사학 연구에서도 새로운 방법론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현대사의 개념과 분단시기 동․서독에서 현대사가 어떻게 이해되었는지, 분단상황이 현대사 연구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설명하였다. 또한 1989년 이후 수년간 독일에서 격렬하게 진행되었던 논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주요 현대사 연구기관들의 연구중점과 활동상황도 소개함으로써 현재 독일 현대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지점들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다.

번역서에서는 “부록” 3편을 첨부하여 통일 전후 독일 현대사에 대한 이해를 풍부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부록 1>에는 클레스만 교수와 통일 전후 독일 현대사 연구 전반에 대한 저자와 옮긴이의 질의응답을 통해 일반 연구문헌에서는 알기 힘든 내용을 담았다. <부록 2>에는 “상호배제와 상호 연관”이라는 저자 특유의 관계사적 관점으로 동․서독사 연구방법론을 상론한 「나뉘어진 과거와 공동의 역사」라는 논문을 수록했다. 마지막 <부록 3>에는 독일 현대사 연구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포츠담 현대사연구센터’에 대한 소개글을 실었다.

기본적으로 戰後 독일사는 동․서 대립과 분단이라는 배경하에서 이해할 수 있는바, 독일의 예는 분명 남․북 통일을 당면 과제로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측면에서 시사를 줄 것이다. 예컨대 통일 후 분단시기 독일 현대사 연구를 둘러싸고 전개된 논쟁을 통해 미래 분단을 극복할 때 우리가 직면하게 될 학문적 파장에 대한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통일 후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동독사 연구경향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연구주제의 선정과 연구방법론의 측면에서 북한사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첨부파일
통일역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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