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비의 책         근현대사

분단의 두 얼굴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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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립하지만, 서로에게 의존하는 독특한 분단구조에 대해

19명의 전문연구자들이 풀어낸, 분단에 대한 20편의 보고서


<배제와 경쟁> 즉 한편으로 서로 적대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해왔던 60여 년의 분단역사. 20세기 후반 지구상에 남아 있던 단 3개의 분단국가 가운데 독일과 예멘은 이미 통일되었고, 이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 그러나 아직도 한반도의 통일 기운은 직접적으로 체감되지 않으며, ‘남한과 북한’을 아우르는 <관계사적 연구>는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에 2년 전부터 역사비평사는 한반도가 통일로 가는 길에 초석을 놓기 위해, 통일을 먼저 이룬 독일의 분단사와 한반도를 묶어서 비교연구하는 책을 만들기로 기획했다. 총 19명의 전문가들이 각 분야에서 참여해, 크게는 <정치・외교・군사>, <사회・경제・여성>, <종교・문화・교육>라는 3개의 범주 속에서, 작게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테마별로 각론을 펼쳤다. 독일 쪽 11개, 한국 쪽 9개, 총 20개의 글 가운데 서로 서로 쌍을 이루는 테마 (정책, 경제, 사회, 여성, 과거청산, 종교문화, 역사교육 등)는 7개 분야의 14편이고, 나머지는 단독 주제를 다루었다.



분단구조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넘어,

“분단되었지만, 공통되기도 한 역사”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


■ 90년대까지의 연구

남한과 북한의 역사를 별개의 대상으로 놓지 않으려고 했던 시도는, 한반도 전체의 역사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함으로써 분단시대의 역사 인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던 강만길이나, 분단체제론을 주장해왔던 백낙청에게서 오래전부터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극단적인 남북 대결 상황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도는 대단히 선구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정보에 정통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남북한의 주민 중 남한과 북한의 상호 관계를 아는 이는 거의 없었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객관적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적 제약으로 인해 위의 선구적 시도들도 어쩔 수 없이 적지 않은 한계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 결과 그것은 분단사를 다루는 대부분의 연구에도 영향을 줌으로써, 남한과 북한은 결국 별개의 분석 대상이 되고 말았다.

남한과 북한을 관계사적 측면에서 파악하는 시각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냉전 종식 이후였다. 그 가운데 새롭게 열린 연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대표적인 연구가 박명림과 이종석의 연구일 것이다. 박명림은 남한과 북한이 서로 적대하지만 분리해서 파악할 수 없는 하나라고 보고, 각 진영 내부에도 관통하는 남북 관계의 메커니즘을 “대쌍관계동학”과 “적대적 의존”이라고 명명했다.(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I, II, 나남출판, 1996 ; 「분단 질서의 구조와 변화:적대와 의존의 대쌍관계동학 1945~95」, 국가전략 3-1, 1997) 이종석도 분단을 매개로 형성된 남북한의 정치・경제・사회의 여러 관계와 남북한 관계의 총체를 “분단 구조”라고 정의했다.(분단시대의 통일학, 한울, 1998) ; 「유신체제의 형성과 분단 구조」, 개발독재와 박정희 시대, 창비, 2003)


■ 클레스만(Christoph Klessmann)의 새로운 분석 틀을 바탕으로

기획자들은 위의 강만길과 백낙청, 그리고 박명림과 이종석의 연구에 많은 시사를 받았지만, 모든 영역에서 이를 적용하기에는 뭔가 허전했다. 왜냐하면 위의 연구는 주로 정치적 영역에 국한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증을 메워준 것은 동서독 현대사를 연구한 클레스만(Christoph Klessmann)이었다. 국내에 소개된 클레스만의 주장은 「분단된 과거와 공동의 역사」(독일연구, 2001)와 통일과 역사 새로 쓰기(최승완 역, 역사비평사, 200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레스만은 “배제와 연관”, “배제와 상호 영향 관계”, “분단되었지만, 공통되기도 한 역사”, “비대칭적 관계사” 등과 같은 개념을 적극 활용하며, 동서독을 모두 아우르는 ‘특수한 분단 독일 현대사’를 위한 연구 틀을 제시한 사람이다. 그는 이에 기초해 과거 청산 문제, 여성사, 노동운동사, 청소년사, 교회사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 문화적 방면에서 이루어진 독일 학자들의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나아가 통일 이후 독일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까지, 즉 통일 이후 골칫거리인 구동독인들과의 내적 통합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정치적 문제를 넘어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분단의 속풍경을 찾아


이 책은 이러한 클레스만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삼아, 분단역사에 대해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 다양한 사회문화적문제들까지 포괄하는 시각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예컨대, 서독의 노동운동은 반공주의에도 불구하고 발전했는데 남한에서는 왜 탄압받았는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더 크게 주장한 사회민주당 정권이 보수당 정권보다 동독에게 더 큰 위협이었던 사례는 우리에게 적용될 수 없는가, 동독 붕괴에 커다란 역할을 했던 교회 세력은 북한에는 과연 없는가 등등에 대해 질문하고 분석했다.

또한 과연 그런 문제들에 답하고자 할 때, 단순히 독일과 한반도의 일반적 차이―전쟁 경험의 유무, 서독과 동독의 상대적 역학관계와 남북한의 역학관계의 차이, 경제 수준의 차이, 유럽적 맥락과 동아시아적 맥락의 차이 등―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른 요인이 더 필요한가 하는 문제들도 함께 고민했다. 이것은 연구 결과에 따라 다양한 답이 주어질 수 있겠지만, 기획자의 가설은 기존과 다른 종류의 남북 분단 구조의 가능성을 독일 분단체제가 제시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이 통일 이후 직면했던 내적 통합의 문제는 우리도 언젠가는 대면해야 할 현실이다. 클레스만의 현실적 고민이 바로 우리의 고민일 수 있는 것이다.

분단이 미친 규정적 영향은 정치・군사・외교와 같은 고도의 정치적 차원을 넘어 사회 및 문화 전반에까지 확대되어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남한과 북한의 역사를 별개의 분석 대상으로 놓고 보지 않고, “서로 대립하지만 서로에게 의존하는” 독특한 하나의 단위로 봄으로써, 분단구조를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분단요소들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살피고자 했다. 특히 제2부와 제3부는 “배제와 경재의 비대칭적 관계사”라는 틀 속에서 행위자들이 그려놓은 분단국가의 속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시도하고 있는 작업은 현재적 의미가 있다. 특히 두 분단국가의 분단사가 테마별로 이렇게 망라되어 있는 단행본이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적지는 않을 것이며, 독일과 한반도 분단 구조를 비교하는 데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기획자의 생각이다.


■ 책임필자 및 나머지 필자들

책임필자

김승렬(경상대 사학과 교수)

신주백(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책임연구원)


그 외 참여 필자

김학성(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

한운석(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연구교수)

송태수(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이주철(KBS 남북교류협력팀 연구원)

함택영(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호근(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이용갑(한국보건사회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김은영(연세대 강사)

김연철(통일부 연구원)

이우영(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오유석(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이강수(국가기록원 학예연구사)

권세훈(고려대 강사)

전진성(부산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이병련(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강인철(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이왕기(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첨부파일
분단의_두_얼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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