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문서학회 지음 | 국판 변형| 올컬러 | 304쪽|17,000원
■ ‘의식주’를 통해 조선시대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의미
의식주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생활 그 자체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 어떤 의도로 이를 구현했는가에 따라 삶의 모습과 문화는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역으로 접근해서 ‘의식주’라는 테마를 통해 특정 시대를 재현해보면, 그 시대의 삶과 문화를 넘어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이면의 모습을 들추어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의식주의 생활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생활사>라는 시리즈를 기획해오던 ‘한국고문서학회’와 ‘역사비평사’에서 조선시대의 삶을 가장 생생하게 재현해보기 위해 ‘의식주’라는 테마를 설정하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었는지도 모른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의식주의 구현을 통해 신분을 드러냈고 국가의 정체성과 개인의 삶을 표현했다. 또한 시대의 유행과 아름다움을 표현했으며 개성의 분출구로 이용했다. 하지만 의식주의 구현이 신분에 맞지 않을 때, 지나치게 사치스러울 때, 사회 분위기와 동떨어질 때, 조선 사회는 이를 법․예의․관습 등의 이름으로 감시하고 제어했다. 이 책은 개인의 표현이 자유로운 현대 사회와는 달리 신분․ 관습․성별에 따른 규제가 공공연했던 조선시대에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일상의 삶을 살아갔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 학제간 연구의 소통을 통해 분야별로 나누어졌던
‘의식주의 역사’를 한데 아우른 ‘한국고문서학회’
그동안 ‘의식주’의 테마를 한데 아울러서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조명해본 기획은 시도되지 않았다. 주로 복식사․음식사․건축사 등으로 나누어 각각의 전문 영역 속에서 통사적으로 또는 양식적으로 접근해온 것이 그간 우리의 연구 경향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열린 학술 공간, 학제간 연구의 장을 만들어왔던 ‘한국고문서학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고문서학회는 사회사․경제사․법제사․국어사 등 고문서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학제간 연구가 이루어지는 장이 되었다. 한국고문서학회에서는 그동안 조선시대 생활사 1․2․3, 조선 전기 고문서집성(15세기편), 16세기 한국 고문서연구 등 대중 교양서와 고문서 자료집 및 연구서를 책으로 만들어왔으며, 학회지인 『고문서연구』를 꾸준히 발간하고 있다.
고문서라는 인간의 삶의 모습이 담겨 있는 자료를 통해 인간 중심의 역사를 탐구하고 서술하는 일, 다양한 고문서 자료집의 체계적인 간행, 전문성을 띤 고문서 연구를 통해 한국사 연구에 기여하는 것……. 이것이 한국고문서학회가 걸어온 길이고,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 고문서와 그림 속에서 끄집어낸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삶
고문서에는 거대한 정치 담론이나 제도, 이념보다는 삶의 실체가 담겨 있다. 특히 고문서에 투영된 조선시대 하층민의 삶은 때론 가슴 아픈 소설을 보는 것처럼 전율을 느끼게 한다. 고문서를 통한 생활사 연구가 사실적이고 인간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제1부 신분의 상징, 복식 문화
제1부에서는 조선 후기 남성 복식과 여성 복식에 관한 상세한 스케치와, 이에 대비되는 법적․관습적 규제를 통해 복식 문화의 실재와 이념을 대비해 보고 있다. 여기서 돋보이는 것은 조선 후기 풍속화의 과감한 활용이다. 복식사나 미술사 전문가가 아닌 역사학자의 눈에 비친 풍속화, 그리고 여기에 나타나는 조선 후기 복식의 실상은 아마추어리즘에서 오는 신선함과 역사학자 나름의 안목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다.
■ 제2부 맛과 멋의 조화, 음식 문화
제2부에서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인 식생활을 주식․부식․기호식품․구황식품으로 나누어, 각각의 연원에서부터 실제 어떤 음식을 어떻게 즐겼는지에 이르기까지 망라하여 보여준다. 식생활 문화의 실상에 접근하는 데에는 미암일기, 묵재일기 등 당시 양반들이 남긴 각종 일기 자료가 주효했다. 특히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과, 김치․장․젓갈 등의 부식 문화, 술과 담배로 대표되는 기호식품은 현대 식생활의 원류를 보여주고 있어, 현대인의 생활사를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 제3부 참삶의 공간, 주택 문화
제3부에서는 마치 조선시대 양반가의 집짓는 과정을 몸소 체험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집터를 잡는 과정에서 상량 및 집들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주택의 각 공간을 실제 생활의 장으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재구성했다. 아울러 호적․호구단자․가옥문기 등의 면밀한 분석을 통해 조선 후기 사람들의 주거 양태를 새롭게 정리했고, 온돌로 대표되는 한국적 주거 문화의 특징을 재현했다.
■ 차례
제1부 신분의 상징, 복식 문화
1장 18세기 남성 복식 스케치
2장 의복과 머리 모양으로 표출한 여성의 멋
3장 법과 제도로 보는 복식 문화
제2부 맛과 멋의 조화, 음식 문화
1장 주식, 식생활의 근원
2장 부식, 다양한 먹거리의 풍요로움
3장 기호식품, 인간의 본능적 욕구
4장 구황식품, 굶주림을 해결하라
제3부 참삶의 공간, 주택 문화
1장 조선시대의 삶이 담긴 전통 주택
2장 조선시대 사람들의 주거 생활
3장 온돌과 주거 생활의 변화
■ 글을 쓰신 분들
김경숙 서울대학교 규장각 선임연구원
김소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문숙자 국사편찬위원회 고서전문원
양진석 서울대학교 규장각 학예연구사
이성임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이영훈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임학성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장필기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
정긍식 서울대학교 법학부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