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율곡의 방대한 평전 나온다면 얼마나 신날까요”
[짬] ‘주자 평전’ 이어 ‘양명 평전’ 옮긴 김태완 전남대 특별연구원
“저도 학자로서 제 연구를 하고 싶었지만 막상 연구를 해보니 기초 토대가 되는 텍스트가 매우 부족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새로운 학설을 만들어낼 깜냥이 되지 못한다면 다른 학자들이 원활하게 연구할 수 있는 바탕과 토대를 마련해주자는 생각으로 주자학, 양명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 두 텍스트를 필생의 숙명, 사명으로 여기고 번역했어요.”
2015년 ‘주자 평전’(수징난 저·역사비평사)을 번역해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던 김태완(60)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특별연구원이 이번에는 같은 저자의 책 ‘양명 평전’을 우리말로 옮겼다. 그가 꼬박 5년 걸려 번역한 ‘주자 평전’은 200자 원고지 만매 분량으로 책으로는 상·하권 합쳐 2400쪽이다. 역시 번역에 5년 이상 걸린 ‘양명 평전’(역사비평사)은 상·중·하 3권에 2900쪽 가까이 된다. 200자 원고지로는 1만2천매다. 그가 10년 세월을 2천쪽이 넘는 거질의 두 평전 번역에 바친 덕에 한국 독자들은 동양철학의 거성이자 한국철학에도 큰 영향을 끼친 주희(1130~1200)와 양명(1472~1528)의 삶과 사상을 좀더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게 되었다.
“두 평전은 중국에서도 주희와 왕양명의 학문 생애를 완벽하게 복원한 전대미문의 학문적 업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특히 원서가 1992년에 나온 ‘주희 평전’은 중국에서 국가 규모의 여러 상을 받았고 이 나라 학자들도 해당 분야 연구에서 일차적으로 참조하는 텍스트입니다.” 지난 2일 이메일로 만난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숭실대 철학과에서 율곡의 실리사상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연구원은 2018년에 율곡의 대표저술 ‘성학집요’와 ‘주희 평전’ 번역 등의 업적으로 율곡연구원이 주는 율곡학술대상을 받았다.
신유학의 개창자인 주희의 사상은 조선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지배 이데올로기 역할을 했지만 ‘주희 평전’이 나오기 전 국내 출판계에는 일본 학자가 쓴 간략한 전기만 존재했다. 하늘이 내려준 본성이 아니라 개체의 마음이 바로 하늘이라는 통찰로 주자학적 사유에 맞선 왕양명도 그간 국내에서 상세하고 방대한 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왕양명 사상인 양명학은 퇴계 이황 등 주자 신봉자의 배척으로 조선 사회에 정치사상으로 착근하지 못했지만 개체의 자유와 주체성 그리고 실천을 중시하는 사상적 특성에 많은 유학자들이 이끌렸다. 병자호란 당시 주화파를 이끈 최명길, 영조 때의 학자 하곡 정제두 그리고 다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한말 강화도의 강화학파 유학자들이 대표적이다.
‘양명 평전’ 한국어판을 보지 못하고 지난 5월22일 별세한 수징난(1945~2024) 전 저장대 교수는 이 평전 저술에 20년 세월이 걸렸다고 후기에 썼다. 10여년 동안 왕양명에 대한 2만여종의 고적을 조사·열람·고증하고 이어 10여년을 집필에 힘을 쏟았다.
☞ 기사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