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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양대산맥을 다룬 대작 혼자서 번역한 뚝심의 학자(2024-09-03, 경향)

유학의  양대산맥을  다룬  대작  혼자서  번역한  뚝심의  학자

김태완 박사, 양명의 생애·사상 담은 <양명평전> 번역

10년전 <주자평전>과 함께 분량만 5000쪽 넘는 대장정

“내면의 도덕적 자각 능력 긍정해야”

김태완 제공

김태완 제공

최근 세 권으로 출간된 <양명평전>(역사비평사)은 도합 2868쪽에 이르는 육중한 무게감이 인상적인 저작이다. 상권 944쪽, 중권 916쪽, 하권이 1008쪽이다. 역사비평사는 2015년에도 상·하권 도합 2400쪽 분량의 <주자평전>을 내놓은 바 있다.

<주자평전>과 <양명평전>은 유학의 양대산맥인 주자와 양명의 생애와 사상을 치밀하게 파헤친 전기물로, 저자인 수징난(束景南) 중국 저장대 명예교수(1945~2024)가 집필하는 데만 각기 10년씩, 도합 20년이 걸린 대작이다.

여러 명의 번역자들이 몇 년 동안 매달려도 쉽지 않을 것 같은 두 책의 한국어 번역을 번역가 김태완(60)은 혼자 해냈다.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경연, 왕의 공부> 등으로 알려진 저술가이기도 한 그는 5년 동안 번역한 <주자평전>으로 “일생일대의 작업”이라는 찬사와 함께 2015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다.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율곡 이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광주광역시 대안학교인 지혜학교의 철학교육연구소 소장을 지냈고, 현재는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특별연구원이다.

김 박사는 지난달 30일 전화통화에서 “<양명평전>은 2018년 12월에 시작해 3년 반 만인 2022년 상반기에 초고를 완성했다”면서 “<주자평전>을 번역하면서 저자의 문체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분량은 더 많지만 더 빨리 번역했다”고 말했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양명이 지방의 반란을 진압하거나 실무 책임자로 있으면서 공문서를 많이 보내는데, 어려워요. 그리고 양명이 살았던 명나라 때는 주자가 살았던 송나라 때와는 문체도 또 다르거든요.”

그의 지론은 <양명평전>처럼 현대 중국학자가 쓴 책은 경험상 여러 명이 나눠서 번역하기 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이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고전 한문과 현대 중국어에 모두 능통한 번역자들을 여러 명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세 사람 이상으로 늘어나면 번역의 품질은 차치하고 용어의 통일, 문체의 통일, 출전과 주석의 취사 문제 등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주자평전>과 <양명평전>이 방대한 이유는 수징난의 꼼꼼한 학문적 태도와 관계가 있다. 수징난은 어떤 학자의 학문과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애는 물론 그가 살았던 시대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이 선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10여 년의 시간을 들여서 전면적으로 왕양명에 대한 역사 자료를 수집하고 2만여 종의 고적을 조사 및 열람한 뒤 문헌의 진위와 사실 진상 여부를 고증하여서 확정하였다. 그런 뒤 다시 10여 년 동안 양명이 평생 걸어온 행적과 경력 및 심학사상이 형성되어서 발전한 역정을 하나하나 탐색하여 이 <양명대전>(양명평전)을 완성하였다.”(한국어판 저자 서문)

명대에 양명학이 출현한 것은 도덕적 인간을 추구하던 주자학이 원대에 관학으로 자리잡으며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학문이자 출세의 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주자학은 도덕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사물의 이치를 궁구해 객관적인 진리를 발견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양명학은 격물치지(格物致知)를 버리고 인간의 내면에 선천적으로 주어진 도덕적 자각 능력을 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400년대 중반 명은 여러 차례 변란을 겪으면서 쇠퇴기에 접어드는데, 당시 공식 이데올로기였던 주자학은 이 같은 위기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또 명대 중기 이후 부를 축적한 신흥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개인의 주체적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양명의 사상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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