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동아시아의 이주와 고구려 - 고구려의 중국계 이주민 정책과 다문화
역비한국학연구총서 44
안정준 (지은이) ㅣ 30,000원 ㅣ 2024-12-20
336쪽 ㅣ 양장본 ㅣ ISBN : 9788976961440

“4세기 초·중반 이래 한반도 서북부 지역에 들어온 다수의 외래 이주민이 남긴 많은 중국 계통의 고분들에는 적지 않은 벽화와 문자 자료들이 남겨져 있기에 그들의 독특한 사회상에 접근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역비한국학연구총서 44번째로 기획 편찬된 『고대 동아시아의 이주와 고구려』는 4세기 초반에서 5세기 전반에 걸쳐 한반도 서북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외래 전통의 독특한 장의(葬儀) 전통 및 이와 관련된 국가의 ‘이주’ 정책, 그리고 현지에 정착하여 자체적인 사회상을 구현해갔던 이주집단의 삶에 주목하였다.”

P. 21고대의 이주와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상호 공존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정책, 그리고 이주민 집단의 사회상을 검토하는 것은 민족국가 중심의 한국사 서사가 갖는 허구성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특히 고대 한반도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다수의 이주민과 다양한 계통의 주민들이 공존하는 과정에 나타난 다문화 사회의 특성들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P. 1304세기 중반 이후에 주로 조영된 2군 고지의 한계 석실봉토벽화분은 중국계 주민에 의해 조영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4세기 초반 이래 망명인 유입과 4세기 후반 유주·기주 출신의 유이민 다수 유입 사건 등 외래의 이주민이 고구려로 유입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들 이주민 집단은 2군 고지에 안치된 후 그들의 장례 문화를 상당 기간 유지했을 것이다. 2군 고지의 한계 석실봉토벽화분의 구조나 벽화 제재가 위·진대 요양 일대의 벽화고분과 연관된 측면이 많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P. 110동수·진 등의 망명인들이 2군 고지에서 생을 마감한 뒤 그곳에 고분이 조영된 것은 애초 그들이 2군 고지 이외에 복귀하거나 사후 귀장歸葬될 정도의 기반을 둔 지역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 고유의 양식을 따른 고분을 조영한 주체는 해당 묘주의 일족과 향인, 그리고 그와 함께 안치되었던 다수의 중국계 이주민 집단의 존재를...
P. 1764세기 중반까지 2군 고지에서 활동했던 동수·동리의 경우, 그들이 칭한 태수호 앞의 지명들은 대체로 고구려에 인접한 요동·요서 일대에 해당한다. 아마도 이 지역의 많은 이주민이 인접한 고구려로 들어와서 2군 고지에 안치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이들 이주민은 동수·동리와 같은 과거 요동 지역의 명망가를 중심으로 함께 편성되었을...
P. 234고구려는 요서의 전연·후연 정권 등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화북 유이민들을 유치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속적인 이주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이주민들을 2군 고지 일대로 옮겨서 집주시키는 한편, 중국 출신의 고위 망명인에게는 일부 이주민 집단의 통솔을 위임하고 그가 중국식 관호를 칭하여 이주민들의 대표자로서 권위를 내세우는 행태도 일부 허용하거나 묵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론 : 연구 현황과 접근 방법
1장 낙랑·대방군의 소멸과 군현계 토착집단의 귀속
1. 고구려의 낙랑·대방군 공략과 두 군의 소멸 과정
2. 낙랑·대방군 고지 내 토착·외래 집단의 귀속
2장 4~5세기 화북 지역의 혼란과 이주민 집단의 유입
1. 화북 지역의 유이민 발생 추이
2. 4세기 고구려의 이주민 수용
3. 이주민의 낙랑·대방군 고지 안치
3장 고구려 체제하의 중국계 주민집단 편성
1. 이주민 집단의 정체성과 본적 표기
2. 이주민 집단의 인식을 반영한 관호官號
3. 이주·토착민을 포함한 군집群集의 편성과 그 배경
4장 중국계 주민집단의 전통과 지향
1. 낙랑·대방군 고지의 고분 속에 구현된 대외용 서사와 구성 의도
2. 고분 속에 보이는 정치·사회적 지향
3. 이주집단의 신앙·가치관과 ‘칠보행사도’
맺음말
보론 : 6세기 고구려의 북위北魏 말 유이민 수용과 ‘유인遊人’
1. ‘유인’ 관련 기사의 검토
2. 북위 말 유이민의 안치와 지배
안정준(지은이)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한국 고대사를 전공했으며, 「高句麗의 樂浪·帶方郡 故地 지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시아라는 역사·지리 공간을 배경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고대사를 연구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대중의 역사 인식과 역사학의 사회적 역할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소장학자들이 본 고구려사』, 『고구려 중기의 정치와 사회』,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이상 공저), 『반전의 한국사』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2000년대 한·중 역사분쟁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사’ 인식의 문제」, 「‘광개토왕릉비’문의 수묘인연호조에 보이는 비성(非城) 단위 지명의 출현 배경」, 「백제의 對南朝 외교 전략과 遼西經略 기사」, 「역사적 공간으로서의 ‘遼東’과 고구려의 國際秩序 인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