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비의 책         전근대사

의학 오디세이 - 인간의 몸, 과학을 만나다(신동원 외)


강신익・신동원・여인석・황상익 지음
신국판 변형(152×214)|본문 280쪽|12,000원
ISBN 978-89-7696-269-0 03510



4인의 의학-인문학자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의학 이야기

이 책은 동서양 의학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들을 쉽고 재미나게 엮은 의학 교양서이다. 강신익・신동원・여인석・황상익 등 국내의 대표적인 의학-인문학자들이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학사의 결정적 변화를 이끌어온 의학자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이 책에는 합리적 의학의 시발점이 된 히포크라테스, 의학을 처음 집대성한 갈레노스, 광물학과 연금술을 의학에 접목시킨 파라켈수스, 노동의학의 시조라 불리는 라마치니, 혈액순환의 비밀을 밝힌 하비, 해부병리학을 탄생시킨 베살리우스와 모르가니, 근대 임상의학의 선구자 시드넘과 아우엔브루거, 천한 이발사의 외과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파레와 헌터, 실험의학의 기반을 다진 베르나르, 사회의학의 원조 피르호, 당대 최고의 과학자 파스퇴르, 외과술의 고통에서 인류를 구원한 마취의 역사 등 서양 의학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의학자들과 그들이 이루어놓은 뛰어난 학문적 업적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황제내경과 동의보감, 이제마와 최한기, 일제시기 위생경찰과 한의학 논쟁 등 동양 의학의 주요 서적과 의학사상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양한 의학 이야기 속에는 의학적 사실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와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제일 큰 장점은 의학 속에 내포되어 있는 당대의 사상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데 있다. 4인의 의학-인문학자들이 풀어내는 의학 속 사상 이야기는 단순한 의학 정보 제공 차원을 넘어 의학을 철학적 프리즘으로 살펴봄으로써 의학이 인문학과 소통할 때에만 진정한 의학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간의 몸을 매개로 과학으로서의 의학뿐 아니라 의학이 지닌 인문학적 속성에 주목한 이 책은 일반인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과학과 의학을 이해하기 위해 제일 처음 만나야 할 기초 교양도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의학의 발전 과정을 통해 인간의 역사를 읽는다

질병의 피해는 개인과 가정뿐 아니라 사회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1차 세계대전의 피해자는 약 850만 명이지만 이 전쟁 후 세계적으로 유행한 ‘에스파냐 독감’의 피해자는 2천만에서 5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질병의 도전에 직면한 인간은 이를 극복하고자 언제나 응전해왔다. 이렇게 볼 때 인류의 역사는 질병의 역사이자 의학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의학은 인간의 몸에 나타난 질병 치유를 1차적 목적으로 삼은 치료의학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예방의학과 보건학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또한 서양에서는 해부학 중심의 과학적 발전이 의학 발달의 주요 추동력이 되었으며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을 중심으로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중요시해왔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온 다양한 의학사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인간의 역사가 모두 그러하듯이 의학의 역사 또한 오로지 ‘발전’과 ‘승리’라는 단선적 과정을 거쳐 이룩된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의학은 시대적 한계를 극복할 때도 있었지만 그 시대에 걸맞은 수준의 답보와 후퇴를 반복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므로 의학의 한계는 의학자 개인의 한계이기보다 그 시대의 한계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문학의 수혈을 받은 의학이 진정한 의학이다!!

의학의 역사는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기술・종교와 같은 인간생활의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발전해왔으며, 역으로 이들의 발전에도 기여해왔다. 예를 들어 근대의 과학기술은 의술을 ‘과학적 의학’으로 환골탈태시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17세기 의학자 하비가 발견한 혈액순환의 원리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철학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인간생활의 다양한 요인들, 그중에서도 인문학적 요인들이 의학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수행했으며 의학이 이들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다시 말해 의학과 인문학의 소통 과정을 의학 역사의 주요 매듭 지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4인의 저자는 의학적 패러다임을 바꿔온 의학자들이 인간과 사회문제를 고민한 당대의 철학자라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의학에 내포된 당대의 인문학적 고민까지 함께 들려준다. 또한 의학이 인문학을 토대 삼고 이의 수혈을 받을 때만이 진정한 의학의 발전이 가능했음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의학과 한국 의철학의 나아갈 바에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특히 지금도 진행 중인 생명의료윤리 문제는 인간이 배제된 국가주의적이고 기술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경고음을 끊임없이 내보낼 뿐 아니라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진정한 정신’의 회복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제1부 <의학의 세계가 열리다> : 주술과 종교에서 출발한 의학이 그 경계를 넘어 인간의 몸을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사고하게 되는 지점을 중심적으로 살펴보았다. 서양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시대를 거치면서, 동양에서는 동아시아 최고의 의학 경전인 <황제내경>을 기점으로 합리적 의학으로 탄생하고, 이 합리적 의학이 갈레노스와 <동의보감>같은 의술가와 의학 경전을 통해 새롭게 집대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제2부 <몸과 의학에 대한 새로운 탐구> : 연금술과 광물학을 의학에 도입한 파라켈수스를 비롯해 경제활동과 환경의 중요성에 주안점을 두어 인간의 직업과 질병의 관계를 밝힌 노동의학의 시조 라마치니, 혈액순환을 증명함으로써 데카르트에게 영향을 준 하비, 해부병리학을 탄생시킨 모르가니와 베살리우스, 근대 임상의학의 사유방식을 바꾼 시드넘과 아우엔브루거, 이발사의 또 다른 직업으로 천대받던 외과를 근대화한 파레와 헌터 등을 통해 근대 서양 의학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았다. 또한 동양 의학에 출발점을 두고 있는 천연두의 완치 역사와, 동아시아 한의학에서의 해부학 전통이 법의학과 외과학으로 나름의 역사를 이어 내려오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제3부 <19세기 의학 지식, 과학을 만나다> : 실험을 생명과학과 의학 연구의 중추적 방법으로 자리 잡게 하고 이의 윤리적・사상적 토대를 만든 베르나르, 세포병리학의 창시자이자 사회개혁가, 정치가, 인류학자, 사회의학의 원조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이 모든 분야를 의학에 통합시키려 노력한 피르호, 전염병의 세균원인설을 굳건히 세워 예방의학의 혁명을 일으킴으로써 살아 있을 때부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린 파스퇴르와 그의 라이벌 코흐, 외과 수술의 고통에서 인간을 구원한 마취수술의 역사와 이를 둘러싼 롱과 모턴과 잭슨의 특허권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 산업혁명 이후 사회적 관점에서 건강과 질병을 바라봄으로써 위생개혁운동을 이끈 영국의 법률가 채드윅과 프랑스 의사 비예르메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4부 <근대의 길에 들어선 한의학> : 19세기 말 동서 의학의 회통을 꿈꾼 최한기의 의학사상과 한국 고유 의학인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 서양 근대의학의 대표주자 알렌과 지석영의 뒤에 숨어 있는 제국주의의 메스를 다루었으며, 진정한 건강관리보다 식민지 조선의 통치 기반이 되었던 일제의 위생경찰, 서양 근대의학의 도입으로 몰락한 한의학이 반격을 시작한 1930년대의 한의학과 서양 의학의 논쟁 등 근대 시기 한국 의학의 흐름과 서양 의학의 도입이 한국 의학계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제5부 <의학의 발전과 사회화의 길> : 우연히 엑스선을 발견함으로써 살아 있는 인간의 몸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 과학자 뢴트겐, ‘세포면역설’을 주장한 동물발생학자 메치니코프와 ‘체액면역설’을 주장한 에를리히를 둘러싼 19세기의 면역학 논쟁이 소개되어 있으며, 현대의학의 의미를 사상과 철학적 프리즘으로 새롭게 조망하고 있다. 전쟁을 악용해 반인륜적인 생체실험이 이루어진 데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뉘른베르크 강령」과 「헬싱키 선언」을 통해 생명의료윤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의학의 학문(의학)과 실천적 지혜(의술)와 덕스러운 마음가짐(의덕醫德), 이 셋을 함께 녹여내야 할 한국 의철학의 과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Special Tip : 각 장에는 본문의 이해를 돕는 이 들어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헬싱키 선언」 같은 선언문을 비롯해 갈레노스・파라켈수스・라마치니・하비・시드넘・제너・베르나르・피르호・채드윅・비예르메・허준・최한기・뢴트겐・에를리히 등 이 책에 소개된 의학자・과학자・인문학자의 대표 저작 중 핵심 부분과 관련 인물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각 의학자들의 사상과 업적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 저자 소개
강신익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영국 웨일즈스완지대학교(University of Wales Swansea)에서 인문의학으로 문학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제대학교에서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역사・윤리・철학 등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몸에 대한 의학의 다양한 접근법에 관심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지금은 주로 면역학・신경학・진화유전학 등 새로운 과학이 우리의 삶과 의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주요 저서로 <몸의 역사>, (공저), <의학개론>(공저)이 있으며, 역서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 <고통받는 환자와 인간에게서 멀어진 의사를 위하여> 등이 있다.

신동원 서울대학교에서 한국보건의료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카이스트 문화과학대학 조교수로 있다. 최근에는 조선 후기 환자와 의원의 역사, 근대 한의학의 역사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 보건의료사의 역사적 실체를 밝혀내는 방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당대 사람들의 삶과의 관련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연구 방법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국근대보건의료사>, <조선사람의 생로병사>,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공저), <조선사람 허준>,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몸과 의학의 한국사>, <한국 마의학사>,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 풀어보는 우리 과학의 수수께끼> 등이 있다.

여인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기생충학으로 의학박사를 받았으며, 파리 7대학에서 서양 고대의학을 집대성한 갈레노스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에는 <히포크라테스 전집>을 그리스어 원전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과 한국 현대의학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공저)이 있고, 번역서로는 <라캉과 정신분석 혁명>,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7인의 정신분석가>(공역), <정신분석대사전>(공역) 등이 있다. 그 밖에 한국 의학사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황상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과 의학사와 생명의료윤리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남북의 보건의료 협력과 교류를 위해 북한을 아홉 차례 오가기도 했다. 현재 대한의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의 학문적 관심사는 의학과 사회,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주요 저서로 <첨단의학시대에는 역사시계가 멈추는가>, <인물로 보는 의학의 역사>, <임상윤리학>, <1950년대 사회주의 건설기의 북한보건의료>, <황우석 사태와 한국사회>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생명이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그 밖에 의학사와 생명의료윤리에 관한 1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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