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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역사비평

제목

역사비평 통권 142호 / 2023 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3.31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471
내용



‘손상’된 시민의 공간과 냉전 동아시아
―정상성에 포섭된 비정상의 장애화


역사비평 2023년 봄호 특집 주제는 “‘손상’된 시민의 공간과 냉전 동아시아”다. 여기서 핵심 개념은 ‘손상’이다. 근대가 ‘손상’, 즉 무언가 문제가 있거나 비정상이라고 규정한 것들이 특정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장애화, 다른 말로 ‘정상성’ 속에 포섭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정상성’에 대한 인문학적 비판 및 성찰을 수행하고자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역비는 특별히 냉전하 한국과 동아시아의 여러 공간/지역에 주목했다. 먼저 한봉석은, 미국발 ‘자조’ 담론이 한국에서 ‘자활’ 담론으로 변주되는 과정에서, 자활의 대상이 되었던 마을 주민들이 손상된 주체로 재의미화하는 과정을 밝혔다. 이는 특집 전체의 기조를 잘 보여준다. 이어 임송자는 제주 4·3 관련 냉전공간 중 국가권력과 손상된 주체가 경합하는 장으로서 ‘수용소’를 다루고 이것이 반공주체 형성에 끼친 영향을 밝혔다. 조은정은 해방 후 38선 분할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공간의 손상 과정에서 한반도 이남이 이북을 ‘왜상화’하는 양상과 그 특징을 밝혔다. 오제연은 베트남전쟁 당시 열전의 공간 베트남에서 한국 대학생이 발견한 베트남인의 비정상/손상 및 그 속에 담긴 ‘순치’와 ‘균열’ 지점을 밝혔다. 끝으로 박철현은 타이완 송환 한국전쟁 ‘중공군 포로’와 ‘퇴역군인’ 등을 관리했던 타이완의 ‘영예국민지가(榮譽國民之家)’가 냉전공간으로서 냉전주체를 창출하는 모습을 밝혔다. ‘손상’ 개념을 통해 냉전 동아시아의 정상성을 역사적, 인문학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이번 특집의 시도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소중화’로서 조선의 ‘중화’ 인식과 자기 인식
―세종은 왜 훈민정음을 창제했는가, 조선에게 중화란 무엇이었나


장기연재 ‘세종시대의 재조명’은 이번 호로 다섯 번째가 된다. 정다함이 세종의 훈민정음 제정에 대한 기존의 연구와 서술에 통렬한 비판을 제기했다. ‘실증’을 내세운 기존의 연구가 민족주의와 근대중심주의에 근거한 진화론적 서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시각이 언어/문자/미디어와 권력이 맺는 관계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본지 135호에 실린 「세종 성군 논란을 통해 본 뉴라이트 역사인식의 확산과 한국사 연구의 ‘탈식민’ 문제」와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정다함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 이유가 ‘듕귁’과 다른 말소리로 ‘중화’의 도를 정확히 배워 익히기 위함이었을 수 있다고 제기했는데, 논단에도 ‘중화’를 대하는 조선의 인식을 다룬 논문이 실렸다. 조선 후기 ‘소중화’ 담론을 비롯한 중화론의 융성은 이미 잘 알려진 바지만, 문화적 중화론에 치우친 바 있다. 이송희는 중화론 내에 지리적 특성을 중시하는 ‘풍기적 중화론’의 경향을 포착하고, 풍기적 중화론과 문화적 중화론 사이의 긴장에 주목했다. 여러 학자들 사이의 논쟁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 흥미로운 논문이다.

식민주의 역사학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
―역사철학과 방법론의 차원에서


역비 2023 봄호에는 식민주의 역사학에 대해 두 편의 논문이 실렸다. 정상우는 일본의 식민주의 역사학 자체의 전개와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탈아’와 ‘아시아 연대’라는 일본이 스스로 제기한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로서 조선을 역사적으로 정의하는 식민주의 역사학의 전개를 추적하는 한편,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그 학문적 영향을 살펴보았다. 고고학자 박해운은 한국 고적에 대한 ‘실증적’ 조사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세키노 타다시를 다시 검토한다. 그에 의하면 세키노 타다시는 당대 일본의 식민주의 이론과 통념에 근거하여 조사를 수행했으며, 정치권력이 요구하는 정답을 그대로 제기했던 일본 제국의 충실한 신민이었다.

선의의 역사왜곡에 대한 경계―안중근과 조마리아의 분노와 투쟁

최근 안중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뮤지컬과 영화의 인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텐데, 도진순은 이 안중근 이야기들의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 어떻게 과장되고 조작되었는지를 면밀히 추적했다. 많은 근대 신화들이 그렇듯, 영웅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은 사소한 것들의 축적이지만 그 저변에는 민족주의, 애국주의, 상업주의의 단단한 기반이 존재한다. 이 신화들을 걷어낼 때, 우리는 안중근과 조마리아의 분노와 투쟁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머리에] · 3월 1일을 위하여―폭력의 시대에 꾸는 평화의 꿈

[특집] ‘손상’된 시민의 공간과 냉전 동아시아
· 냉전 시기 인도주의 구호와 ‘손상’된 주체의 탄생―외국 민간 원조단체의 활동과 ‘자조(self-help)’ 개념의 전유 / 한봉석
· 제주4·3 진압과 ‘냉전공간’으로서의 수용소 / 임송자
· 풍문으로 들었소, 『이북통신』을 경유한 북 조선 / 조은정
· 베트남전쟁 파병에 대한 한국 대학생의 인식―‘파월장병 대학생 위문단’의 베트남 체험을 중심으로 / 오제연
· 전후 타이완 냉전주체의 형성과 공간―영예국민과 영예국민지가를 중심으로 / 박철현

[장기연재] 세종시대의 재조명 ⑤
· 세종의 훈민정음 제정에 대한 국어사 연구의 서사와 그 문제점들―이기문의 학설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 정다함

[역비논단]
·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의 「편지」와 「전언」, 조작과 실체 / 도진순
· 동양, 탈아와 정체, 아시아연대와 타율―식민주의 역사학에 대한 단상 / 정상우
· 세키노 타다시의 한국 고적 조사에 대한 시각 검토―실증적 조사에 내포된 이데올로기적 기반 / 박해운
· 조선 후기 화이론(華夷論)의 전개와 중화관의 충돌 / 이송희

[서평] 
· 한국 경제개발계획의 ‘기원’을 찾아서―정책입안자들의 생각과 정책의 의미 / 이현진
―『한국 경제의 설계자들―국가주도 산업화 정책과 경제개발계획의 탄생』(정진아, 역사비평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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