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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몽골제국의 후예들>의 저자입니다. 제 책의 서평을 읽고

작성자
이주엽
작성일
2020.09.28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037
내용

저는 이번 역사비평 132호 (2020년 가을)에서 서평(413-419쪽)으로 다룬 <몽골제국의 후예들>의 저자입니다. 먼저 서평자 최소영 박사님에게 제 책을 읽고 평가해 주신 데 대해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최소영님의 서평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 이 글을 적습니다. 제 책의 서평을 읽으신 독자분들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저자로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바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서평자는 결어 부분에서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수많은 유라시아 국가들이 몽골제국의 계승국가이거나 몽골제국의 유산 위에서 변화, 발전한 나라들이며 그런 의미에서 근대 유라시아는 몽골제국의 유산임을 증명하였다(419쪽)"라고 평해 주었습니다. 필자에게는 독자분들께서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제시하는 이 명제thesis를 신뢰하고 인정해 주시는 것이 가장 뜻깊은 일입니다. <몽골제국의 후예들>의 핵심 메시지가 설득력 없는 과장된 주장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서평자는 <몽골제국의 후예들>의 장점으로 1) 서술 범위의 방대함과 기술의 상세함, 2) 다양한 1차 사료를 기반으로 논지를 전개한 점을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몽골제국이 지배한 전체 영역에 세워진 다양한 정치체들의 약 400년간의 흥망성쇠를 고찰하고 있어 그 서술 대상의 수와 서술 기간의 규모에서 이전의 연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면서도 각 집단에 대한 상세한 기술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416쪽)"라고 적어 주었습니다. 또한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현대의 기존 연구들뿐 아니라 다양한 1차 사료를 기반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다양한 사료들을 인용하여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점은 "책의 논지에 신뢰를 더해주고 있다"라고 적었습니다(417쪽). 이처럼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한 역사 서적으로서 그 완성도를 좋게 평가받는 일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서평자는

<몽골제국의 후예들>에 대해 필자가 동의하기 힘든 혹은 해명하기 힘든 이의제기들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제 책의 구체적인 오류들을 하나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놓친 오류 혹은 뒤늦게 발견한 오류를 지적받는 것은 저자로서는 악몽입니다. 그리고 서평자는 <몽골제국의 후예들>에서 필자가 행한 구체적인 분석과 해석(예컨대 카자흐 칸국을 몽골 계승국가로 보면서도 오이라트인의 준가르 제국을 그렇게 보지 않은 것 등)에 이의제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평자가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활용한 사료들의 가치와 필자의 독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역사가들에게는 사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울러 서평자가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왜 국내의 연구성과를 이용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하지 않은 점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원 몽골을 제외한) 몽골 제국의 계승국가들이나 몽골 제국이 유라시아의 대제국들에 미친 영향을 상세히 다루는 논저들은 국내에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넷째, 서평자는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어떻게 오스만 제국, 초기 러시아 제국, 청 제국을 몽골 제국 계승국가들로 볼 수 있느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이들 제국들을 몽골 제국의 계승국가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독자들로부터는 왜 그렇게 했냐는 지적을 종종 받고 있습니다. 몽골 제국의 계승국가의 범위를 너무 넓게, 주관적으로 잡았다는 지적을 말입니다. 서평자는 청 제국이 "어쩌면 17세기 이후 가장 공식적이고 분명한 대칸 울루스의 계승자(418쪽)"라고도 적었습니다. 몽골 제국의 유산을 강조하는 <몽골제국의 후예들>로서는 반가운 표현이었습니다.  

서평자는 "다소 아쉬웠던 점"을 네 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한 필자의 답변입니다.

첫째, "몽골 계승국가가 무엇인지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규명하지 않고 글을 서술하고 있는 점(417쪽)"   

서평자는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오스만 제국, 초기 러시아 제국, 청 제국을 몽골 계승국가로 분류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이런 지적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서문과 결론 등에서 여러 차례 1) 몽골제국의 계승국가들과 2) (몽골 제국으로부터 그 출현 및 발전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유라시아 제국들을 분명히 구분했습니다. 오스만 제국, 초기 러시아 제국, 청 제국, 사파비 제국 등을 몽골 계승국가로 분류하지 않고 후자로 분류했습니다.  

북원 몽골, 카자흐 칸국, 크림 칸국, 우즈벡 칸국, 티무르 제국, 무굴 제국 등은 각 장에서 이들이 칭기스 일족 혹은 몽골계 왕조의 지배를 받은 점, 몽골계 부족민을 계승한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이 몽골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1차 사료를 인용하며 보여 주었습니다. 이웃 국가들도 이들을 몽골 후예로 보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은 이들의 몽골 혈통과 몽골 정체성을 (기존의 논저들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보여 주었기 때문에 몽골 계승국가의 기준을 별도로 언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단 출판사의 제안으로 제 책의 제목을 <몽골제국의 후예들>이라고 지은 것 그리고 각 부의 제목들에 후예라는 단어를 포함시킨 것에서 오해가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밝히지만 <몽골제국의 후예들>은 몽골 혈통과 몽골 정체성을 기준으로 몽골 계승국가를 판단합니다. 청 제국, 모스크바 대공국, 오스만 제국 등은 (어떤 의미에서는 몽골 제국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들을) 몽골의 계승국가라고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한 집단의 정체성은 단일하지 않으며 특히 몽골제국 이후 이슬람화하거나 불교화된 국가나 집단들은 동시에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언급해 둘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점(41-418쪽)"

서평자는 몽골 제국의 후예들이 이슬람과 불교를 수용한 후 여러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보면 일부 후예들이 "칭기스 가문의 전통"보다 이슬람과 불교를 "정치적 정통성"의 기반으로 더 내세운 사례들입니다. 정치적 정통성과 (몽골/비몽골) 민족 정체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슬람과 불교를 정통성의 기반으로 내세운 경우에도 몽골의 후예들은 민족 정체성은 몽골 혹은 몽골 후예였습니다. 예로 망기트 울루스의 에디구의 후예들이 자신들의 선조가 예언자 무함마드의 장인인 아부 바크르라고 내세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민족 정체성은 몽골 망기트 부민이었습니다. 망기트인들은 스스로를 아랍인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17세기 몽골/북원의 칭기스 일족이 자신들의 선조들이 태고에 인도에서 왔다고 사료에 적기 시작했다고 해서 북원 몽골인들이 혹은 칭기스 일족이 스스로를 인도인으로 본 것은 아닙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서평자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티무르의 아들 샤루흐나 우즈벡 망기트 왕조의 몇몇 군주들은 칭기스칸의 법보다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더 강조했지만 (그렇지만 망기트 사료에서는 칭기스칸의 법의 존속에 대해서 계속해서 언급합니다) 그들의 정체성은 몽골인 혹은 몽골 후예였습니다. 중앙아시아와 인도의 티무르 일족의 경우 스스로 "과거에는 몽골에서 왔지만" 이제는 (현대적 의미의) 투르크인 혹은 타직인 혹은 인도인이 되었다라는 등의 주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요컨대 <몽골제국의 후예들>이 몽골 계승자로 본 집단들의 민족 정체성은 "단일"했습니다. 이들에게 투르크인(현대적 의미), 이란인/타직인, 아랍인, 티베트인, 인도인 정체성이 혼합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종교이데올로기와 민족 정체성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셋째, "대칸 울루스 지역의 계승국가들(청 제국과 북원)에 대한 기술이 소략하다는 점(418쪽)"

몽골 제국-티베트 관계의 권위자이신 서평자의 시각으로 보면 당연하고도 관대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아랍어 정관사 al의 표기 문제(419쪽)

서평자는 태양문자 앞에서 정관사 al의 발음이 변화하기 때문에 예컨대

J?mi? al-taw?r?kh(일명 <집사>)와 Rash?d al-D?n(<집사>의 저자)을 각각 <자미 타바리흐>나 <라시드딘>으로 표기하는 것보다 <자미 타와리흐>와 <라시드 딘>이라 표기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서평자도 아시겠지만 Classical/Standard Arabic에서 주격 단어의 어말은 '우' 발음(담마)으로 표시합니다. 그래서 Classical/Standard Arabic? 문법을 고려하면 ???? ????????와 ?????????는? <자미 타와리흐>와 <라시드 딘>으로 표기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로마자 전사는 각각 J?mi'u't-taw?r?kh와 Rash?du'd-D?n이다. 그런데 ???? ????????와 ?????????는 로마자로 J?mi'u't-taw?r?kh와 Rash?du'd-D?n 혹은 J?mi? at-taw?r?kh와 Rash?d ad-D?n 등으로도 전사되지만 가장 일반적인 전사는 J?mi? al-taw?r?kh(tav?r?kh)와 Rash?d al-D?n입니다. 필자도 후자들을 선택했습니다. 필자는 ???? ????????와

?????????를 우리말로 <자미 알타와리흐(자미 알타바리흐)>와 <라시드 알딘>으로 표기한 것이 아니라 로마자 표기인

J?mi? al-taw?r?kh와 Rash?d al-D?n을 그렇게 한 것입니다. J?mi? al-taw?r?kh(tav?r?kh)와 Rash?d al-D?n 표기를 선택한 이상 이들을 한글로 다시 <자미 웃타와리흐>와 <라시드 웃딘>으로 표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 ????????와

?????????을 로마자 J?mi'u't-taw?r?kh와 Rash?du'd-D?n로 전사했다면 그래야 했겠지만 말입니다. (예컨대 복합명사 구조에서 ??????의 알딘, 앗딘, 웃딘 표기는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이 글이 <몽골제국의 후예들>과 그 서평을 읽으신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최소영 박사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토론토에서 이주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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